한민족도 이스라엘 백성처럼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 받아들이시는 아들이었는지 모른다. 가난한 백성의 형극과 아픔은 구한말 극에 달했다. 관직을 사고파는 매관매직(賣官賣職), 부정부패(不正腐敗). 가진 자의 향락(享樂)과 음란(淫亂). 지배층인 양반들은 빼앗았고, 피지배층 백성들은 빼앗겼다. 

없는 자는 살기 위해 딸들을 팔았고, 가진 자는 축첩(蓄妾)으로 여러 여인을 거느렸다. 개화기 신문·잡지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나라가 망하게 된 원인이 문란한 성도덕에 있었다.” “음풍(淫風)이 크게 떨쳐 집마다 마을마다 음부(淫婦)가 아닌 여자가 드믈다” 금수강산은 붉은색 비가 내리는 악취 나는 도살장이 되고 있었다. 

 여명(黎明)이 사라진 시대엔 미신(迷信)이 판친다. 감기만 걸려도 굿을 했고 무당이 감기에 걸리면 친구 무당이 또 다시 굿을 했다. 고종의 처 민비도 나이도 출신도 모르는 한 무당을 맹신해 ‘군호(君號)’를 내렸다. 진령군(眞靈君).

 여자에게 군호는 파격이었다. 왕비는 세상에 귀를 닫고 진령군을 무조건 따랐다. 구한말 지식인 황현은 이렇게 적었다. ‘왕비는 그 무당을 언니라 부르기도 했다(황현, 오하기문·梧下記聞)’. 진령군은 고종과 민비에게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쌀 한 섬과 돈 열 냥씩 바치면 나라가 평안하다’고 직통으로 계시했다. 왕은 시킨 대로 준행했다. 

 시대가 그랬다. 돈 있는 자는 큰 굿을 했고 돈 없는 자는 작은 굿이라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역병(疫病)이 동네를 휩쓸면 마을은 황량한 폐허로 변했다. 5,000년 우상숭배는 구한 말 한민족을 시련의 용광로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민족 전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속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치욕의 채찍을 맞을 때, 통곡할 때, 주님은 자신의 종들을 통해 말씀을 보냈다. ‘오직 예수’ 믿음의 씨앗을 심었다. 일제시대 ‘평양대(大)부흥운동’ 조력자 중 하나인 선교사 메티 노블은 자신의 책 ‘조선회상’에서 나라가 망하던 ‘절망적’ 모습을 놀라울 정도의 ‘희망적’ 언어로 적었다.   

 “1907년 1월2일 성령의 나타나심 : 성령이 강한 권능으로 평양 교회들과 여러 다른 지역에 임하였다. 그 결과 웨일즈 지방의 대(大)부흥에 관해 읽은 내용과 흡사한 위대하고 영광스런 흥분상태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죄에 대해 통회하고....우리 선교사들은 이 민족과 우리 자신이 성령 충만하여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메티 노블은 무당, 기생, 과부, 고아 등 당시 버려진 자들에게 생명을 전했다. 에스겔의 마른 뼈 같은 조선 백성은 생기를 받았다. ‘예수가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고 성령을 받았다. 피눈물은 신바람이 돼 민족의 영혼을 깨우기 시작했다. 

 한일합방이 있던 1910년, 조선교회는 ‘백만인 구령운동’을 시작했다. 그 해 2월23일 메티노블은 “숱한 경이로운 일들이 그칠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최고의 사건은 백만인 구령운동이다”이라며 무당 출신 한 여성의 간증을 이렇게 적었다. “한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오고 있어요. 백만 인이 오고 있어요. 너무 행복해요. 이 생에서 제 가장 큰 소망과 염원은 백만 성도를 목도하는 거예요” 

 상상할 수 있는가? 미천하고 비천하고 저주받던 인생들이 돈을 달라, 떡을 달라. 세속적 바람을 빌었던 게 아니다. “이 민족과 우리 자신이 성령 충만하여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땅을 진동케 할 부흥, 지옥을 텅 비게 할 부흥을 바랬다. 부흥 아니면 주님의 진노가 또 다시 임하게 될 것임을 알았다. 베옷을 입고 재를 뿌리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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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07일 23시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