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군사령부가 또 다시 우리 정부에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해왔다.


해군사령부는 9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해군이 우리 영해를 잇따라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협박'을 가했다.

하지만 이는 본론이 아닌 서두에 불과했다. 그들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국군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과 'NLL 고수책동'으로 인해 서해상에서는 언제 제3의 서해교전, 제2의 6.25전쟁의 불찌가 튈지 모를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조성된 사태에 대처하여 우리 해군은 아무런 법적 기초도 우리와의 사전협의도 없이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북방한계선을 해상군사분계선으로 만들려는 남조선 괴뢰군당국의 처사를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해군사령부는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북방한계선을 '영토적 견지'에서 '절대로 양보하여서는 안될 사안'으로 정책화한 것은 "스쳐지날 수 없는 것"이라 강조하며, "북방한계선을 고수하려는 망상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북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 해군 관계자는 "우리 함정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적이 없다"고 밝힌 뒤 "우리 함정은 NLL 이남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실태를 감시하고 있다"며 "NLL을 월선하거나 북측에 군사적으로 위협을 줄만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북측의 트집에 대해 설명했다.

북측의 이번 NLL 언급은 우리 군함의 영해 침범이라는 거짓을 구실로 삼아 사실상 대한민국이 북방한계선을 포기할 것을 종용한 것이다.

이는 올 해 초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토 결사사수 의지가 표명된 직후인 3월 28일 북한 해군사령부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침범'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NLL을 '유령선'이라 규정한 데에서도 극명히 드러난 바 있다.

53년 8월 30일 설정된 서해북방한계선은 서해상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5개 섬 북단과 북한 측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위 37。35＇와 38。03＇ 사이에 해당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해군 전력이 전무하던 72년까지는 침묵을 지켰으나, 73년 미사일고속정을 도입하고 육상에 지대함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는 등 전력을 강화하면서부터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 이전까지는 북측도 NLL을 사실상 방어선으로 활용했으나 해군 전력 강화와 함께 태도를 360도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난 99년의 제1차 연평해전과 북측의 기습 사격으로 우리측 수병 6명이 전사하는 참극을 빚은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서해교전)이라는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졌으며, 또한 그들은 99년 9월 2일 황해도와 경기도 사이에 일방적으로 해상경계선을 설정하고 2000년 3월 23일 서해직항로를 설정하면서 사실상 서해5도를 북한의 점령지로 규정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의 'NLL무력화'에 대한 집착은 세습 2대를 이어 갈 만큼 집요했다.

그렇다면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는 북한의 세습 독재정권이 이처럼 NLL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감청부대장을 지냈으며, 제2차 연평해전 직후 국정감사장에서 일명 '블랙북(Black Book)'이라는 명칭으로 언급되는 대북 첩보보고서를 흔들며 북한군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타전했지만 군 수뇌부가 묵살했음을 폭로한 뒤 중징계를 받고 전역한 바 있는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서해5도가 지니는 군사적 위력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예비역 소장은 "NLL이 있기에 서해 5도에 아군 병력이 배치돼 북한의 군사동향을 밀착 감시하고 조기경보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유사시 아군의 북한 상륙작전을 위한 발판인 백령도 등 서해 5도는 북한 정권에게는 '목구멍의 가시'"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동서해에 3천명 규모의 해상저격여단을 배치한 북한군의 기습 침투를 막으려면 NLL과 서해 5도는 양보할 수 없는 '해상의 인계철선'"이라고 강조했다.

한 예비역 소장은 또 NLL의 무력화는 대북 군사거점의 상실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북측은 NLL을 우회해 입항해야 하는데 NLL이 사라지게 되면 해주항을 군항으로 만들어 인천과 연평도 사이를 통해 공작원을 실은 잠수정과 전투 함정을 마음대로 침투시키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해군사령부의 NLL 무력침범은 이미 올해 초 예견된 바 있다.

작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할 당시 사실상 국군의 주적인 김정일과의 악수에서 다른 정부인사들과는 달리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장수'로 유명해졌던 김장수 전 국방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은 공관을 비우기 전 장성들에게 "인민군의 NLL 침범에 대비하라"고 당부했었다.

김 전 장관은 퇴임 직전인 올해 2월 말 당시 합동참모본부 등 군 수뇌부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북한 정권이 이명박 정부에 불만을 품고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장소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지목했다.

비록 그간 북한 정권의 '서울 불바다'같은 협박들이 '공갈'에 그쳤다는 점에 미루어볼 때 이번에도 역시 연례 행사의 수준에 그칠 수도 있으나, 이처럼 군 핵심 관계자들이 북측의 입장에서 NLL이 갖는 중요성과 도발 가능성에 입을 모으고 있는데다 북측은 이미 서해상에서 두 차례에 걸친 무력 도발을 자행한 전력이 있어 단순 협박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런데 이는 최근 서해 공해상에서 전개된, 또 근일 내 계속 전개될 것으로도 예상되는 북한군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의혹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전에도 북한군이 서해상에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사례가 수 없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실험은 그 사례가 얼마 되지 않으며, 특히 이번 실험이 최초로 항공기를 통한 공대함 미사일 발사였다는 첩보가 전해짐에 따라 서해에서의 제3차 교전에 대비한 훈련일 가능성도 존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서해북방한계선을 언급한 시기가 미사일 발사 직후와 맞아 떨어지고 있어, 서해상 교전이 발생한다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김정일 정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통해 확전을 불사하면서까지도 서해북방한계선을 무력화시키는데 나설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최고권력자인 김정일의 중병으로 인해 북한체제 내부에서 권력의 공백이 생기고 그 혼란을 틈타 군부 강경파가 중앙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때에는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제1차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조국을 지킨 '죄목'으로 옷을 벗어야했던 박정성 전 해군 제독이나 제2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고했던 죄로 역시 옷을 벗어야 했던 한철용 예비역 소장 등 조국의 바다를 지켰던 충신(忠臣)들은 지금 하나같이 북한 정권이 갖는 NLL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것이 무력화 될 경우 대한민국이 입게 될 막대한 피해를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정권에게는 대를 이어 '목구멍의 비수이자 가시'였던 존재이고, 우리에게는 자유민주주의와 아울러 유사시 북진 통일을 이룩할 통로인 서해 5도를 지켜주는 수호신(守護神)과도 같은 존재인 서해북방한계선이 사라지게 될 경우 닥쳐올 결과는 분명한 만큼 이명박 정부는 강경 대응과 필요시 NLL을 침공한 북한 함정의 나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나포는 그 승조원으로 하여금 김정일 정권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세 차례에 걸쳐 무력 침공을 감행했음을 국제사회에 낱낱이 폭로해 북한 체제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 검토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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