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을 무렵 북한 정권이 내놓은 구호이다.
 
일부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위기 앞에 좌절하지 말고 낙관적인 생각으로 극복하자 뜻”이라 풀이하며 좋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심지어 “한국인이 갖고 있는 낙천적인 기질과 강단이 온전히 숨어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두말할 것이 없이 북한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거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으로 인해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수’보다는 그저 ‘진보’의 축에 끼는 것이 좋아서, ‘보수꼴통’보다는 ‘진보투사’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아서, 앞으로는 ‘쇠고기’ ‘FTA반대’ 등의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고 등 뒤로는 인공기를 흔들고 있는 일부의 선동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아직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북한은 그저 대한민국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아 오늘 날 세계 최하 수준의 빈국으로 전락했고, 미국과 유엔 등 ‘미제와 서구들’의 경제 제재에 의해 무고하게 압살당하는 땅이다.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언뜻 그럴 수도 있다.
 
더구나 한 가지 주제를 두고 금방 끓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소위 ‘냄비 기질’을 가진 우리 국민들로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난 87년 대한항공(KAL) 858기 공중납치 폭파 테러에서 비롯되었고, 이명박 정부가 취한 일련의 대북 조치들이 1~2차 서해해전과 금강산 관광객 살해 사건 등에서 비롯된 것임을 충분히 까마득히 잊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민족은 천성이 착해서인지, 아니면 감상적이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잘 교만해져서인지, “잘 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DJ의 주장을 철썩 같이 믿고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을 지지하며 한 때 소위 미녀응원단이 서울을 방문하자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인공기를 들고 흔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북한을 잘 알고, 오늘 날 북한이 초래된 원인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국내 1만 5천 여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운동가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현상이었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내부를 깊숙이 꿰뚫어보는 ‘소수’보다 북한의 겉모습만을 바라보는 ‘다수’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수’의 시각은 북한의 진정한 발전과 민주화를 저해할뿐더러, 총탄과 미사일을 동원한 대남 적화가 아닌 ‘감성’ 등을 동원한 대남 적화를 기도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에 말려들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뿌리 채 흔들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을 이해하는 ‘소수’는 그렇지 않은 ‘다수’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마저 박혀버린 ‘대못’을 쉽게 뽑아내리란 쉽지가 않다. 나무판자에 박힌 대못은 공구를 이용해 힘껏 빼내면 그뿐이지만, 사람의 머릿속에 박힌 대못은 강제로 뽑아낼 수 없다. 오직 대못에 박혀버린 그들 스스로가 그 대못을 뽑아내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필자는 그들이 북한을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 맞춰, 그들의 눈높이로 다가가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0년 동안 못질을 당한 그들에게 아무리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면서 가자’는 구호는 북한 정권이 스스로의 세습 독재와 개혁개방 거부로 인해 북한 경제가 파탄 나게 되었다는 치부를 감추기 위해 마련한 선전구호에 불구하다”고 일러줘도 ‘쇠귀에 복음서 읽기’인 것이다.
 
그들의 눈높이로 다가가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갖은 어려운 분석들보다는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단순한, 다시 말해 현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다.
 
즉,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우리민족끼리’로 인해 전쟁을 포기했으며 민족통일을 염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고스란히 믿는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단순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단순함’과 ‘재미’에 열광할 뿐, 더 이상 옛날처럼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환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시청각을 통해 접했던 것들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타인을 목격하는 순간, 그것을 맹목적으로 옳다고 믿고 그 자신도 따라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군중심리의 발생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 또한 강하다.
 
진심으로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일부 세력들은 방송과 신문 등 시청각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민들을 자극한 이후 ‘촛불 시위’와 같이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겨 “미친소”나 이소룡(李振藩)을 패러디 한 “10초 준다. 통일해라”와 같은 유행어 등의 ‘단순함’과 ‘재미’로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군중심리의 발생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국민들에게 못질을 해 온 것이다.
 
군중심리에 휘말린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잃게 되며, 집단의 선전선동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실로 대단한 효과를 발휘했고, 한 때 국민들이 거짓 선동에 속아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틈을 타 “미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을 타도하자”는 명분으로 ‘청와대 전복’이라는 적화통일의 최종 목적을 시도하려 했다. 비록 이명박 정부의 단호한 대응으로 이는 무산되었지만, 그들은 패배를 시인하지 않고 ‘공안 정국’등의 구호로 또 다시 군중심리를 이끌어 낼 기회를 지속적으로 노리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북한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를 지닌 ‘소수’도 이러한 21세기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지속적이지 못하고 단기적인 시일 내에 ‘우물 안 개구리’로 끝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북한 추종 세력들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거짓과 음모에 맞서되, 그들과 달라야 한다고 해서 21세적 접근법까지 무시하고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21세기이고, 국민들이 진실에 다가오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한다. ‘재미’가 그들을 변화시키듯,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웃으며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진실을 알리는 동시에 ‘단순함’과 ‘재미’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 후 행동으로 옮겨 대대적인 自由統一 운동을 전개해야한다]
 
여기에는 정부와 언론, 그리고 민간단체의 역할이 적절하게 분담되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 정권의 음모를 분쇄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방송과 언론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진실을 전달하며, 민간단체는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에 매진해야한다.
 
여기에서 특히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행에 민감한 21세기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에 따라, 쉽게 말해 국민들의 구미에 맞도록 맞춰 북한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 가능한 많이 유포하고 흥미를 유발시키고 하나의 사회 문화적 트렌드로까지 승격시켜 군중심리를 발생시킬 매개체로 만들어야한다.

이를테면, 북한 정권의 선동구호인 ‘OO하는 길 험난해도 OOO하며 가자’ 시리즈를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하고 국민 유행어로 만들어 재미와 함께 은연 중에 북한 정권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불가능한 북한 추종 세력에 대해서도 전연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은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한 때 그들은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라는 제법 공신력 있는 단체를 끌어들여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려 시도한 바 있다. 진실을 알릴 의무를 지닌 ‘소수’도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단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잡초를 제거하듯 그 싹을 완전히 뽑아야한다.
 
21세기 지금의 국제 정치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대의 병법서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 손무(孫武)는 용간(用間) 편에서 간첩의 중요성을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 강조하고 있다. 그는 특히 적국의 사람을 의지하는 인간(因間)과 적의 관리를 이용하는 내간(內間)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
 
국민들에게 북한의 진실을 알려 북한의 민주화와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상단에서 언급한 방법들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바로 북한 정권이 우리 사회 곳곳에 심어놓은 인간(因間)과 내간(內間)이라는 대못들을 원천적으로 뽑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그들이 있는 한, 제2의 제3의 반국가 시위의 위험은 항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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