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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박사는 내게 공작원 명단을 말했다


 평양정권이 무너지는 날 남한 내 로동당 입당자 명단도 확인될 것이다. 97년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조선로동당 비서는 간첩 5만 명 설을 이야기했다. 김정은만 알고 있겠지만 이들은 직파간첩, 즉 북한이 직접 내려보낸 간첩이 아니라 남한 내 로동당 입당자 숫자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수년 전 오길남 박사를 찾은 적이 있다. 그는 독일서 북한에 넘어가 대남공작, 즉 간첩부서에서 일을 했었다. 다시 북한에 아내와 두 딸을 두고 탈출한 비극적 사연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집에서 술에 취해 있던 오 박사는 술김인지 한풀인지, 자신이 알고 있는 남한 출신 소위 간첩 몇 명의 이름을 말한 적이 있다. 평양 간첩부서에서 확인했던 명단이다. 오프더레코드. 사적으로 말한 것이라 나 또한 외부에 발설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중엔 한국 사람이라면 알 만한 유명한 인사도 있었다. 아마도 운동권 활동을 하다가 남한이나 제3국에서 현지입당을 한 사람일 것이란 추측만 할 수 있었다. 대개 그렇듯 그런 이들은 그럴싸한 ‘평화운동가’나 ‘인권운동가’ 교수·박사 등 그럴싸한 직함을 달고 있었다.

 한국 상황을 볼 때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것은 이들 입당자를 주사파가 두텁게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과 그 세력도 그렇다. 그들이 로동당에 들어갔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들어갔건 안 들어갔건 뼛속 깊이 김일성주의로 무장한 자들이 집단을 이루고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석기 조직에 가입한 자들은 “우리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우리는 주체사상을 심화 보급, 전파한다.” 등 조직의 강령을 외우고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충성(忠誠)과 혁명가로서의 삶을 결의하며 “장군님을 지키는 것이 조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북한 혁명가요를 제창했다. 이석기 조직원 130여 명은 외부 눈을 피해 회합을 가졌다. 스터디 모임이 아니다. 밤마다 모여서 결정적 시기를 노렸다. 

 즉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국지적·비정규전을 벌여나갈 때 그들 표현대로라면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무장과 파괴”의 예비를 했었다. 이들은 전화·철도·지하철 시설 및 가스·유류 차단과 파괴, 송전탑과 레이더기지 등을 타격할 것을 결의하고 차곡차곡 준비했다. 

 법원의 판례를 보면, 회합 당시 조직원들은 “우리가 조사를 다 해 놨다”는 등의 멘트가 나온다. 말로만 그친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철도는 통제하는 곳을 파괴해야 하고” “파이프라인 중 오래되거나 혼재되고 그런데 잘 알아놔야 한다.”거나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전기·통신 분야 공격”을 강조했다. 또 “80만원 짜리 모형총을 사서 가스쇼바를 개조하라.”거나 “당사(黨舍) 2층에서 폭약 만드는 방법을 공부 중”이라는 등 “후방교란을 위한 무장과 파괴”의 구체적 방법들을 모의했다. 

 이석기는 이런 조직원들에게 이렇게 연설 아닌 연설에 나섰다. “철탑을 파괴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엄청난 폭파를 시켜놔도 쟤들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일 것이다(···) 도처에서 동시다발로 전국적으로 그런 세력이 전쟁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당시 압력밥솥 사제폭탄 매뉴얼도 공식 떠 있다”

 이석기는 또 “볼세비키 혁명 당시 엄청나게 죽었지만 나중에 혁명이 승리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라며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라며 선동했다. 판결문에 나오는 녹취가 이 정도니 실제는 더 했을 것이다. 

 혁명의 신념에 붙잡힌 조직원들은 육체적으로도 훈련하고 훈련했다. 2013년 겨울 설악산 관리인 모 씨는 이런 일도 관측했다. 법원에서 나온 증언이다. “영하 8.7도에 무릎까지 눈이 쌓였는데 건장한 청년 20여명이 행군을 하더군요. 이런 날씨에 단체 등반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바로 이석기 일당이었다. 

 이석기는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한지만 만기 출소를 1년 5개월 앞둔 2021년 12월24일, 당시 대통령 문재인은 이석기를 석방했다. 이석기 구속 당시 “민주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행태들”이라고 비판했던 문재인이었다. 2022년 현재 이석기 세력은 남한의 특정 정당, 특정 노조는 물론 그해 대선 당시 특정 대선 후보 진영에 잔뜩 포진해 있다.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골든타임은 5년 정도다. 
평양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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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28일 20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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