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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동결 제안 무의미…핵 물질 절반 비밀시설서 생산”

핵 안보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지난해 10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영변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제안해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13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영변 핵 시설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북한의 전체 핵 프로그램에 절반에 불과하다며, 검증은 핵 물질 생산 장소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핵 물질을 찾아 생산을 중단시키는 과정에서 수소폭탄 원료도 통제해야 하지만, 북한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한 검증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핵화를 위해선 검증을 비롯한 어떤 절차가 이뤄져야 합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우선 북한이 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공개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북한이 영변에 있는 핵 프로그램 동결을 제안할 수 있는데 저희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절반가량은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무기화할 수 있는 우라늄이 생산 가능한 큰 규모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포함해서 말이죠. 북한이 자신들의 핵 물질 생산 체계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동결은 의미가 없습니다. 영변 시설을 동결한 다음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다른 곳에서 계속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핵무기 자체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저장돼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훨씬 뒤의 일입니다. 우선은 핵 물질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가 논의돼야 합니다.

지난 2008년 6월 촬영한 북한 영변의 핵 시설. 당시 북한은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오른쪽 깔대기 모양의 냉각탑을 폭파했고,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지난 2008년 6월 촬영한 북한 영변의 핵 시설. 당시 북한은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오른쪽 깔대기 모양의 냉각탑을 폭파했고,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기자) 북한에는 알려지지 않은 핵 관련 시설이 많다는 말씀이죠?

울브라이트 소장) 네 추적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북한이 수소폭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리튬-6를 생산하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저는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뿐만 아니라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튬-6와 삼중 수소, 이중 수소와 같은 물질들을 얘기하는 건데요. 이유는 북한과의 어떤 합의를 체결한 뒤에도 북한이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물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자)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처럼 플루토늄 생산은 동결됐지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뜻입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은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습니다. 우선은 핵 분열 물질들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서 만들어 지는지 확인하고 이런 프로그램들을 중단시키는 것이죠. 이후 수소폭탄 제작에 필요한 물질을 통제한 뒤 핵무기들을 제거하는 단계를 밟는 겁니다. 저는 우선은 농축 우라늄과 무기화될 수 있는 플루토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저희가 알지 못하는 비밀 시설에서 무기화가 가능한 우라늄 생산을 계속 허용하는 합의를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공개돼 있습니까? 북한이 자신들의 핵 관련 시설을 공개한다고 했을 때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올브라이트 소장) 네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의 의무이지 저희가 할 일이 아닙니다. 북한 외부에서 접하는 정보들은 우선 틀릴 수도 있고 완벽하지 않은 정보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또 자신들의 핵 시설이 여러 목적을 갖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것은 저농축 우라늄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매우 유동적이며 무기화가 가능한 우라늄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자) 만약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공개를 한다면 다음 절차는 사찰이나 감시인가요?

올브라이트 소장) 저는 우선 국제사회의 감시 체계에 대해 어느 정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정말 싫어합니다. 저는 과거 북한이 IAEA에 갖고 있는 반감을 줄이고 북한 내부에서 IAEA의 위상을 키우기 위한 일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IAEA를 신뢰하는 날이 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안이 있습니다. 미국이 6자회담 당시처럼 직접 하는 방식인데요. 북한이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이 없다고 주장할 당시 미국은 북한 내 민감한 지역들에 사람들을 보냈었습니다. 미국은 샘플을 채취한 뒤 고농축 우라늄의 흔적을 찾아낸 바 있습니다. 북한이 IAEA가 영변 이외의 시설을 방문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면 미국이 직접 갔던 이 방법을 다시 해볼 수 있습니다.

기자) 국제사회는 리비아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검증 절차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왜 북한의 경우만 유독 더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핵 관련 시설들을 숨기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1991년 전에만 해도 이라크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파키스탄 경우에도 비슷했죠. 이런 국가들이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숨기려고 한다면 이를 찾아낼 방법이 필요합니다. 북한과 같은 국가의 경우는 원하는 것들을 지하 터널에 숨기려 할 수 있습니다. 검증을 위해선 이런 국가들이 일부 정보를 제공한 뒤 의심되는 지역에 직접 들어가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이 두 가지를 다 허용하지 않습니다. 해당 국가가 핵 시설을 공개하고 감시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핵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기자) 북한은 결국 협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검증은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많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 맞습니다. 2008년 당시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미국은 영변의 5MW 원자로의 샘플을 채취해서 플루토늄이 얼마나 생산됐는지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동의했다가 2주 뒤에 약속을 어겼고 결국 6자회담이 깨졌죠. 영변에서 다시 사찰이 이뤄져야 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사찰이 실시돼야 합니다. 과거 미 행정부들은 일부라도 확인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었지만 현 행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란은 미국 전 행정부들의 이런 약점을 악용했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 행정부가 검증 처음 절차부터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증 시작 과정에서 북한이 일부 핵 역량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올브라이트 소장) 그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절차라는 게 있습니다. 광범위한 합의가 끝난 다음에 불가역적인 단계를 밟는 건데요. 과거에는 쉬운 방식을 택하려고 하다가 모두 실패했던 적이 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6자회담 모두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전을 이뤘습니다. 이제 샘플 채취나 사찰과 같은 절차가 남은 건데요. 과거에 이런 과정 전까지 갔었으니까 이제 이런 부분을 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 1994년인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기자) 샘플 채취를 여러 번 언급하셨는데요. 샘플 채취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겁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5MW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검증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원자로 안에는 흑연 감속재라고 불리는 게 있습니다. 흑연 감속재는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 235가 분열하며 발생하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중성자 속도가 느려질수록 계속 우라늄 235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연쇄적으로 분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중성자들이 흑연과 접촉하면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요. 이 흑연들에 대한 샘플을 채취하면 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이 해당 원자로에서 생산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얼마나 생산됐는지 확인해야 비핵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양을 찾아내야 할지 알 수 있다는 거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맞습니다. 비핵화 과정이 된다면 5MW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될 것이고 재가동되지 않겠죠. 샘플을 채취하는 다른 방법들도 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사찰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찰이나 검증을 진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2008년에도 이 부분에서 멈추게 됐는데 왜 다시 반복하느냐는 것이죠.

기자) 샘플 채취 등 과거에 중단된 부분부터 다시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그렇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진전이 있다면 비핵화라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핵 시설과 핵무기들을 어떻게 파괴할지 여부 등을 말이죠. 핵무기 파괴를 검증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핵 물질들이 어디서 만들어지고 있고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많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문제는 이런 부분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어디에서 만들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미국은 이런 시설들의 가동이 중단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겁니다. 핵무기가 몇 개가 만들어졌는지도 확인해봐야 하는데 이 조차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으로부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검증 절차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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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15일 10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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